top of page

'메리' 크리스마스

Kasey

공중에 붕 뜬 것만 같던 우리의 연애가 안정된 기류에 올라탄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최근의 우리는 조금 심심할 정도로 괜찮았다. 의심과 상처내기로 가득했던 연애 초기는 그야말로 서로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사귀기 전의 시간이 무색하게, 우리는 서로를 너무 몰랐다.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 우리 문제의 문제였다. 해결책을 찾은 것은 나였다. 나는 악몽을 꾸지 않기 위해 잠을 자지 않는 것을 택했고 그 시간 동안 서로를 알아가기로 했다. 어두운 밤에 가장 쉽게 서로를 알 수 있는 방법에 뭐가 있겠는가. 토니 발레디의 몸을 샅샅이 맛보면서, 나는 그에 대해서 전에 알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섹스하면서 어떤 말을 듣기를 바라는지, 어떤 자세로 해주기를 바라는지 알고 싶다면 겪어 봐야 하니까. 토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 물론 섹스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줬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가까워질 기회도 시간도 없었던 서툴고 성격 나쁜 인간 둘이, 살을 부대끼고 서로를 만족시키기 위해 서로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주요했단 뜻이다. 둘이 맨 몸으로 끌어안고 대화하면서 보낸 시간들 역시 짧지 않다. 아무튼 우리는 서로를 더 알게 되었고, 친해졌고, 사랑한다.

 

그랬었는데.

 

요새의 토니는 뭐가 그렇게 초조하고 불안한지, 다른 사람처럼 군다. 걔를 아주 오래 봐온 사람들 모두가 당황할 정도로 말이다. 내가 받는 질문의 양이 딱 두 배가 되었고 그건 토니에 관한 질문들 때문이다. 쟤 왜 저래? 나도 몰라, 대답할 때면 이제는 허망하다.

 

딱히 내 잘못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수록 모든 레스토랑들은 바빠진다. 시즌 특선, 크리스마스 특선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주방과 소품들을 바꾸고 평소에 자주 오지 않던 손님들을 상대하는 홀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랭엄은 반만 미친 것처럼 잘 돌아가고 있었다. 주방의 소란스러움을 물 아래에 숨겨놓고,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우아한 얼굴로 접시를 나르는 서버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레스토랑이 아직 이만큼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것은 토니가 모든 정신을 다 빼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토니발레디는 온 힘을 랭엄의 홀리데이 특선에 쏟으려고 하지만 실패하는 인간 같아 보였다. 그리고 아마 그게 사실일 것이다. 어느 때보다 신경써서 와인을 들여오지만 정작 관자에 어울릴만한 화이트 와인을 고르지 못하고, 한참을 틀린 계산을 찾아 종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서버들이 다 보는 와중에 나한테 안기려고 한 적도 있다. 아무튼 그는 뭔가 마음이 엄청나게, 무거워 보였다. 나는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내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나의 역사에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에 입을 열었다가도 다물었다. 영업 시간에는 그래도 토니가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리니 다행이었다. 패스 앞에 다가와 서는 얼굴에 나 지금 미치겠다고 쓰여 있는 것 같다가도, 마지막 몇 테이블이 남을때쯤, 운이 좋으면 미소를 볼 수도 있었다.

 

요새 토니는 저 정도로 오락가락했다. 상황이 심각해지긴 한 모양이다. 토니는 어제 나에게 당분간만 떨어져 지내달라고 말했다. 몇 달 전부터 토니의 집에서 살다시피 하던 내가 조용히 659호로 올라갈 만큼이나 절박한 얼굴이었다. 걔는 나한테 정말 미안하다고 했고, 나는 공중에 떠다니던 위태로운 시절을 떠올렸다. 토니가 나에게, 그리고 내가 토니에게 밥먹듯이 미안하다고 말하던 시절 말이다. 그 정도로 그는 심각했다. 마음이 무거운 건지, 아니면. 나는 우리가 몇 년이나 잔잔한 삶에 적응한 채 함께 해왔는지를 헤아려 보다가 그만두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다행인 건 크리스마스가 당장 내일이라는 점이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나는 오븐을 문질러 닦으면서 오늘의 길고 지겨웠던 서비스 타임을 떠올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왔고 홀에는 평소보다 많은 수의 테이블과 더 많은 수의 의자들이 놓여 있다. 아이들이 먹을 만한 메뉴들과 어른들이 즐길 메뉴들이 뒤섞여서 주문서에 적혀 밀려왔다. 토니가 마지막 주문서를 내밀면서 깊고 긴 한숨을 내쉴 만큼이나 어려운 하루였다. 오늘도 토니, 내 연인은 어느 때처럼 잘 해냈다. 노련한 메이터디는 몸에 배인 상냥함으로 사람들을 대했을 것이다, 오늘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토니를 생각할 수록 오늘 만큼은 그의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들고 있던 수세미를 옆에 있던 데이빗에게 넘기고 홀로 나갔다. 홀 역시 서버들이 부지런히 정리하고 있었다. 언제 그렇게 시끄럽고 바빴냐는 듯이 얌전히 내려앉은 랭엄은 얄미울 정도였다. 나는 정리가 끝나가는 홀을 괜히 한 바퀴 돌았다. 그런데 토니가 없었다.

 

"토니는 어디 갔어?"

"모르겠는데요?"

 

흠, 나는 사무실로 방향을 틀었다. 찾았다, 무슨 백합같이 차분하게 모니터 앞에 앉은 토니는 인상을 한껏 찡그리고 뭔가를 보고 있었다. 문을 몸으로 요란하게 밀고 들어갔더니 걔의 표정이 사르르 풀린다. 저런 걸 보면 아직 우리가 서로를 많이 좋아하긴 한다는 건데. 내가 책상을 빙 돌아 가기 전에 토니가 먼저 튀어나와 나를 끌어 안았다. 마르고 작은 몸, 나는 내 사랑스런 토니를 괜히 강하게 안았다. 토니는 내 품 안에서 갑갑한 듯 비비적댔고 나는 그냥, 그냥 걔를 끌어 안는 수밖에. 마음이 자꾸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나 오늘 너네 집 간다?"

"음, 그래."

"오, 웬일이야?"

"뭐가?" 토니는 정말 별 일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나는 어느 장단에 맞추는 게 좋을지 고민했지만, 아마 별 소용 없을 것이다. 토니는 얼른 가서 마무리나 하고 오라며 나를 떠밀었다. 그래야지, 나는 분부대로 청소를 마쳤고 직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토니는 내가 인사를 모두 마치는 순간에 나타났다. 정확한 타이밍, 아마 그가 뒤에서 - 숨어서 -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다시금 품에 맞춘 듯 서로를 끌어 안았다. 난 감겨드는 토니의 이마 어딘가에 입술을 꾹 눌러 찍고, 그의 차를 얻어 타기 위해 주차장으로 그를 이끌었다.

 

 

 

 

*

 

 

 

 

양말이 텅 비어있다. 트리 밑에도 마찬가지로 시린 바닥만 드러난다. 크리스마스인데!

 

팬티 바람으로 트리 밑을 확인하러 나온 것이 머쓱했다. 내가 어이없어 하는 소리가 들렸는지, 토니가 느릿느릿 실크 파자마 자락을 끌며 거실로 나왔다. 우리는 어제 이성적인 판단과 자제 끝에 손으로 한 번씩만 빼고 잠들기로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평소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물론, 텅 빈 양말과 트리 아래도 마찬가지다! 토니의 온기가 등에 닿아온다. 얇은 실크 자락만 우리 틈에 끼어 있고, 토니의 손에는 내가 준 선물이 들려 있다. H사의 실크 넥타이, 심지어 하나는 정 없어 보이니까 보타이도 사서 넣었는데! 선물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아무리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지만!

 

"미안해, 미안해. 메리 크리스마스, 달링."

"...... 됐어."

 

사과의 의미로 토니가 차려 준 아침을 먹는다. 냉동 해시브라운에 오믈렛, 사워도우 몇 조각으로도 배가 차는 게 놀랍다. 나는 별로 입맛이 없어 보이는 연인의 눈치를 살피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고 말았다.

 

"야, 너 요새 왜 그러는데."

"몰라. 미안해."

"아니,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크리스마스인데."

 

결코 선물을 받지 못해서 투정부린 것이 아니다.

 

"26일은 쉬는 거 맞지? 그 날은 하루종일 같이 잠만 자자."

"그래. 그러자."

 

그 말을 하는 토니의 표정이 어딘가 - 저 얼굴은 정말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는 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포크는 허공을 맴돌고, 걔는 한 편으론 조급하고 한 편으로는 당황스러우며, 또한 절망하기도 하고 기대하기도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 상황 자체도 낯설 지경이었다. 나는 애써 그의 표정을 무시한 채, 식탁 위로 몸을 기울여 그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갔다. 집 크기에 비해 작은 식탁이 고마울 지경으로 나는 쉽게 그의 얼굴 근처에 닿았다. 아주 옅은 코튼 로즈의 향이 나는 토니 발레디. 나는 그의 볼에 아주 느리고 깊은 키스를 날리고 몸을 뗐다. 준비 할 시간이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토니는 샤워를 했고, 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토니는 랭엄에 전화를 걸어 예약자 명단과 들어 온 와규 고기의 양을 체크했다.

 

랭엄에 출근한 이후엔 제대로 말을 나눠 볼 수도 없이 바빴다. 예약을 부탁하는 전화, 확인하는 전화, 변경하려는 전화가 끊임 없이 울려댔다. 신경이 곤두선 것은 서버들도 마찬가지여서 테이블을 세팅하던 도중 폴이 물잔을 하나 깼다고 한다. 토니는 이번에는 그의 정신을 빼버리겠다는 듯 무섭게 혼을 냈다. 큰 소리에 밖에 나가 봤던 내가 잠시 팔짱을 끼고 그 광경을 지켜보다 조용히 들어올 만큼. 주방도 정신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평소 보다 방문하는 인원이 많은 탓이다. 어린 애들도 많고, 나이 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훨씬 더 신경써서 조리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 마음에 들어야 했다. 이미 말한 것 같지만, 자주 랭엄에 와본 사람들이 다시 찾는 것보다, 유명하니까 도전해보는 일이 더 많은 날이지 않은가.

 

타르타르와 안심 스테이크 사이 어디쯤, 토니가 잠시 나타나 오늘도 집에 같이 가자고 말해왔다. 나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고 다시 허브를 도미 위에 올리는 것에 집중했다. 그의 말을 곱씹으면서, 욕이 나오려고 할 때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 그의 집에서 함께 맞을 몇 번째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서.

 

 

 

 

*

 

 

 

 

모두가 기진맥진한 상태로, 아주 짧은 파티를 했다. 손님들이 돌아가고 청소까지 다 끝난 상태에서 짧게 와인과 샴페인을 마시고 고급 재료로 고급 인력이 만든 안주를 먹는다. 호사스러운 파티에 지친 사람들. 토니는 직원들에게 최고급 하몽이랬나, 소시지랬나 하는 것과 꽤나 값나가는 와인 한 병씩을 안겨주었다. 선물 꾸러미는 정말, 야속하게도, 직원들에게만 정확하게 돌아갔다. 나는 또 아무 것도 못 받았다는 소리다.

 

아주 짧은 파티가 끝나갈 즈음, 리스가 등장했다. 아주 오래 전처럼 우리는 모두 동그랗게 둘러서서 산타와 관련 된 농담을 했다. 리스와 토니는 비슷한 지점에서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고 두 사람이 와르르 웃는 바람에 농담들은 정말 웃긴 것처럼 들렸다. 나는 내 곁에서 한 뼘 떨어진 곳에서 웃고 있는 토니를 좀 힐끔거렸다. 검붉은 색 타이에, 회색 슈트를 입은 토니 발레디. 그는 내 시선을 놓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와인 잔의 와인을 조금 마시고,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아침의 그 묘한 표정으로.

 

토니가 술을 꽤 마신 탓에, 운전은 내가 했다. 우리는 머라이어 캐리의 캐롤을 부르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토니는 깔깔 웃으면서 몇 번이고 무릎을 쳤다. 접히는 눈과 달아오른 볼이 사랑스러워서 현관 문을 닫자마자, 문에 기대 서서 잠시 키스를 한다. 토니에게서 청포도의 맛이 났다.

 

내가 분주히 욕실과 침실을 오가는 사이에도 토니는 멍하니 창가, 그러니까 트리 앞에 서 있었다. 내가 젖은 머리를 털면서 욕실에서 나올 때까지도 말이다. 그의 앞모습, 그러니까 그 '묘한' 표정을 보기가 무서워서 나는 일단 머리를 말리기로 했다. 열두 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요란한 드라이기 소리가 귓가를 웅웅 울리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머리를 다 말렸는데도 욕실에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아연한 얼굴로 거실에 나왔는데, 트리 맨 꼭대기에 달 별 장식을 손에 쥔 채 토니가 바닥에 앉아 있었다. 전에 쓰던 장식의 끝이 부러져 더 이상 못쓰게 되었었다. 산다, 산다 해놓고 못 샀었는데. 나는 샤워 가운을 다시 여미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사왔어?"

 

토니는 말짱해 보이는 눈동자를 하고 있었지만, 볼은 여전히 불그레했다. 그 모양이 귀여웠다. 피식 웃으니까 마주 웃고, 걱정했던 묘한 얼굴을 하지는 않는다. 그는 - 어느 새 가져다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선물했던 보타이를 매고 있었다. 애 같이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는 토니에게 손을 뻗었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나에게 커다란 별을 넘겨 주었다.

 

"내 선물이야?"

"아니. 그건 아닌데..." 토니는 말 끝을 흐리면서 시선을 피했다.

"장난이야. 얼른 들어가서 씻-"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토니가 무릎을 꿇었다. 한 쪽 무릎은 세운 채로.

설마.

 

"아-담. 나랑, 음, 나랑 결혼 해줄래?" 긴장한 듯, 목소리가 갈라졌다.

"토니?"

"다시 할게. 기다려 봐."

 

미친!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마치 프로포즈 사진에 등장하는 수 많은 사람들처럼 멈춰 있기만 했다. 이런 전개를 상상해본 것은 아니었다. 오늘은 예수의 탄생일이 아닌가!

 

"맘에 드는 반지를 간신히 구했는데, 이게 선물인데, 그냥 양말에 넣어둘 수도 없잖아..."

"야, 야아. 토니이."

"아씨, 이 날이 크리스마스이길 바란 건 아니었는데."

 

토니가 무릎 걸음으로 내 앞에 다가왔다. 팔을 내놓으라는 듯, 손을 허공에 대고 탁탁 치길래 냉큼 왼손을 내밀었다. 토니는 내 손가락에, 투박한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 토니가 오래 쥐고 있었던 듯 금속인데도 따뜻하다. 그것은 아주 섬세하게 세공 된 반지였다. 마치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반짝이는 보석이 마음에 박히는 것 같았다. 나는 정말로, 뻔한 이야기는 너무 싫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손으로 그 반지 위를 몇 번이고 쓸어내렸다. 감동이 채 끝나기도 전에 토니가 내가 입은 샤워 가운 자락을 탁탁 쳤다. 또 다시 손을 내놓으라는 의미였다. 반지 낀 손을 내밀자, 그가 그 손을 맞잡아온다. 금속보다 훨씬 따뜻하고 섬세한 손가락이 내 것에 얽어들었다.

 

나는 잔뜩 긴장했다. 뒷목이 뻣뻣해져왔다. 토니도 그것을 안 듯, 숨 끝이 떨리는 소리가 난다.

 

"아담 존스,"

"나랑 결혼해줄래Will you marry me?"

 

울음을 먼저 터뜨린 건 토니였다. 말이 끝나고 잠시, 그리고 눈물이 팡 터졌다. 나는 우는 토니를 달래주기 위해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나서는 울기 시작했다. 울음도 옮는 모양이다. 우리는 한참을 훌쩍거리다가 킥킥 웃었다. 꼴이 이게 뭐야, 잡은 손을 놓지도 않고 우리는 한 손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한 놈은 샤워 가운에 속옷도 안 입었는데, 한 놈은 정장에 보타이까지 매고 - 나는 다정한 토니에게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그래, 그래."

 

대답도 두 번 했다. 토니가 두 번 물어봤으니까 말이다. 토니는 내 대답을 듣고, 아주아주 홀가분한 얼굴로 밝게 웃었다. 마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리고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처럼, 그리고, 우리가 만나 온 시간 내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사이에 문제가 있고, 그가 혼자만 나를 사랑했을 때에도 토니는 저렇게 웃곤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고민이 있으면 그렇게나 티가 많이 나는 인간이었는데, 나는 아직도 토니 발레디를 잘 모른다.

 

우리는 퉁퉁 부은 얼굴로 크리스마스가 지나기 전에 트리에 별을 달아야 한다고 설쳤다. 우리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의 별은 크리스마스가 끝나기 10분 전에 비로소 달렸다. 나는 별을 달기가 무섭게 토니를 들쳐메고 침실로 달렸다. 모든 문제가 사라졌으니까 그걸 기념하기 위해서!

 

앞으로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조금 다른 의미가 될 거다. 나는 지쳐서 잠든 토니의 벗은 몸에 이불을 끌어 당겨 덮어주면서, 그의 이마에 입맞추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 AdamxTony Collaboration by. nanna created with Wix.com

  • Twitter Clean
  • w-flickr

합작에 제출해주신 글, 그림은 각 개인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불펌 및 배포, 리터칭을 금지합니다.

© Copyright 저작권 보호 대상입니다.
bottom of page